개혁개방의 결과인 경제 성장으로 중국은 21세기를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다. 아시아 경제 위기 극복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던 면은 부수적일 정도로 보일 만큼 중국의 경제적․군사적․정치적․문화적 위상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 또한 만만치 않다. 도시의 빈민 노동자, 성적 방종, 넘쳐나는 위조 제품, 마약 중독, 인신 매매, 공무원 비리, 환경오염, 사회적 양극화 등은 중국이 안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이다. 더불어 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과 최근의 티베트․신장(新疆)의 反 중국 시위 등에서 드러났듯, 정치적 민주화에 대한 주장 역시 경제적 성장과 함께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개인주의에 기초한 자본주의적 가치관과 사회통합을 강조하는 전통적 가치관의 충돌, 공산당 일당독재의 사회주의 정치제도를 민주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 성장 위주의 경제 발전에 따른 지역 및 계층 간 갈등과 빈부격차의 심화, 이로 인해 빈발하고 있는 집단적 시위, 증대되고 있는 중국 내 소수민족의 자치 혹은 분리 독립 움직임, 강압적인 가족계획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인구 문제, 문화 교류에 따른 문화적 정체성의 혼란, 급속한 경제성장이 야기한 환경오염의 심화, 역사 해석과 관련된 주변국과의 갈등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
1. 관료의 부패상 -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보고에 따르면 2003년 하반기부터 2008년 말까지 85만 2000건의 부패사건과 관련하여 88만 1000 명의 관료들이 뇌물수수 등의 법률 위반 혐의로 처벌.
중국이 2008년 뇌물수수 사건 접수 건수가 세계 3위이며, 관련자의 85%가 공무원이었다고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 보도에 의하면 중국은 경찰과 법관 등 정부 관료들의 뇌물수수 행위가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뇌물수수 연루자 중 85%가 정부 공무원들이며 그 중 11%는 사법부 관계자와 관련. 뇌물로 주고받는 것은 77%가 현금이나 현금과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나 상품권 등으로 나타났으며, 20%는 고가의 선물이나 성(性) 상납으로 조사. 뇌물 액수는 55%가 5천 달러 정도.
2009년 8월 중국의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너 오늘 열났니?(今天你發燒了沒有?)”라는 말이 유행. 이는 사법당국의 부당한 처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풍자. 중국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의 공안당국은 구치소 수감자이던 왕수쿤(王樹坤)이 구류 19일 만에 숨지자 “그는 이틀 전 갑자기 열이 났고 몸이 불편했다.”고 발표. 이에 네티즌들이 나서 왕씨의 죽음을 ‘발열로 인한 사망(發燒死)’이라고 빈정대며 당국에 진실을 밝힐 것을 우회적으로 요구.
2. 빈부 격차 - 중국은 아직도 최소 1억 명 이상이 절대 빈곤 상태에 처해 있으며, 3억에 가까운 농민 가운데 최소 1억 명 정도는 사실상 유휴 노동력. 또, 2억 명에 이르는 눙민궁(農民工)은 도시의 최 하층민으로 전락.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07년 중국의 최상위층 10%와 최하위층 10%의 소득 차이가 23배. 1988년 7.3배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심각한 수준. 관련 자료에 의하면 중국 인구 0.4%가 중국 전체 부의 70%를 소유.
3. 중국 젊은이들 - ‘카누(卡奴, 카드 노예)’라는 단어가 유행, 신인류(新人類) 혹은 신신인류(新新人類)로 통칭되는 80년대(바링허우, 80後)와 90년대 (주링허우, 90後) 출생 젊은이들이 중국 소비 시장의 중요 세력으로 부상. 그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제한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고 싶으면 하고, 말하고 싶은 것은 조금도 여과하지 않고 그대로 말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일에 간여하려고 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그들의 일에 간여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어떤 면에서 그들은 독립심이 강하고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며, 새로운 것을 쉽게 수용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이들의 등장으로 중국 사회에는 이전과는 다른 다양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들은 유교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 가치관이나 공동 생산과 분배를 강조했던 사회주의적 가치관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 기성세대와 충돌을 빚기도 한다.
2009년 초부터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해온 ‘번개 놀이’는 대다수 중국인들에게 문화적 충격이었다. 번개 놀이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삶과 여가 활동의 모토는 ‘생면부지의 사람과 함께 환경이 다른 낯선 도시로 떠나 커피를 마신다.’이다. 번개 놀이는 중국 젊은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뿐 아니라 사교와 놀이 방식이 매우 신선하고 자극적이어서 널리 퍼지고 있다.
4. 공자의 부활과 문화보수주의의 강화 - 건국 60주년이자 천안문 사태 발생 20주년인 2009년, 중국 정부는 대대적으로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했다. 애국 교육 캠페인은 단합을 도모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사장시키기 위한 중국 정부의 고육지책으로, 내용은 공산당은 선하고 사회주의는 좋은 것이며 개혁개방은 훌륭하다는 것.
라싸와 우루무치에서 잇달아 발생했던 소수민족의 시위에 위기를 느낀 중국 정부는 마오쩌둥을 통해 애국주의․민족주의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한편으로, 공자(孔子)를 통해 사상적 통일을 도모. 비림비공(批林批孔)의 소용돌이 속에서 당시의 중국인은 묘조차 잘 쓰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는 다시 조상섬기기 붐이 일고 있는데, 이는 유교 전통의 부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교 부활 정책으로 인해 “공자의 탄생일을 중국의 법정 기념일인 스승의 날로 정하고, 나아가 유네스코를 통해 세계 스승의 날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
2006년까지 중국이 전 세계에 보유 중인 공자학원은 5개 대륙 120여 개 국가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전 세계에 1억여 명이 중국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해 배우고 있는 것으로 추산.
5. 돈을 향한 무한 질주 - 2009년 7월 친자식 4명을 팔아넘긴 인면수심의 아버지가 화제가 되었다. 쓰촨(四川)성의 한 파출소는 2009년 7월 아동매매 혐의로 푸(付)씨를 체포.
마오쩌둥이 등장하는 콘돔 광고가 중국인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독일의 한 광고업체가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 주석을 히틀러, 오 사마 빈 라덴 등과 함께 정자(精子)로 묘사한 콘돔 광고를 내보냈다. 2009년 3월에 시작된 이 광고는 중국인이 우상시하는 마오쩌둥을 등장시켜 콘돔의 안전성을 홍보. 그러나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히틀러나 오 사마 빈 라덴을 함께 등장시켜 중국인의 분노를 증폭시켰다. 2008년 1월에는 자동차 회사 시트로엥이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마오쩌둥 사진을 광고에 이용하여 분노를 사기. 2009년 10월에는 중국의 한 KTV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 마오쩌둥을 현수막으로 제작하여 문제가 되기도 했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은 더욱 흥미롭다. 중국 잡지 《인 사이트 차이나》가 2009년 6월부터 두 달 간 총 3천 376명의 중국인을 대상으로 직업별 신뢰도를 온라인 조사한 결과, 성매매 여성들을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7.9%로 3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에서는 농부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높았으며 종교인, 성매매 여성, 군인, 학생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과학자와 교사에 대한 신뢰도도 매우 낮았다.
‘바오 얼나이(包二奶)’ - 본부인을 두고 다시 제2의 여성을 거느리는 것. 도덕의 타락을 상징. 또 유교적 봉건사상인 ‘전종접대(傳宗接代, 대를 잇는 것을 가리킴)’라는 가부장적 사고방식의 부활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근대적 관념의 부활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교육과 취업의 기회가 적은 젊은 여성들이 스스로 얼나이가 되고자 한다는 점이다. 경제력이 떨어지니 부유한 남성의 얼나이가 되어 유복한(?) 생활을 누리고자 하는 여성이 점차 증가. 젊고 부유한 남성들은 ‘샤오미(小密)’라는 은어를 사용.
6. 취업난과 공시족 열풍 - ‘교사 하향(敎師下鄕)’, ‘곡선취업(曲線就業)’, ‘구직여관(求職旅館)’, ‘이주(蟻族, 개미족)’과 같은 용어의 등장. 관영 《신화통신》의 2009년 10월 26일 보도에 의하면, 24일 자정까지 2010년도 중앙부처 공무원 시험 등록을 마감한 결과 135만 명이 서류전형을 통과. 이미 자료를 제출한 심사대기자까지 포함하면 최종적으로 14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 2009년 중국은 1만 5000 명의 공무원을 공개 선발하며 서류 통과자들이 모두 응시할 경우 평균 경쟁률은 97대 1에 이를 것. 2008년에는 1만 3000 명 모집에 105만 명이 지원, 81대 1의 경쟁률. 2006년의 경우 경쟁률은 42대 1.
개미족들은 대다수가 도시 속의 농촌이라는 뜻의 ‘청중춘(城中村)’에 모여 사는데, 집값이 싸기 때문.
7. 환경 오염 - 2009년 창장 지류인 샹장(湘江)의 카드뮴 유출, 황허의 디젤유 오염, 주장(珠江)의 톨루엔 유출, 황산 적재 선박의 창장 침몰 사고. 최근 중국 최고 지도자들은 자국의 열악한 환경 문제의 개선에 나설 것을 약속하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에너지 효율 제고와 오염 비용 산정 문제를 포함시키는 등 달라진 모습.
지구 온난화와 사막화로 인해 중국 최대 호수인 칭하이후(靑海湖)가 200년 안에 소멸될 위기. 2009년 5월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호수가 매년 18m씩 후퇴하고 있다고 보도. 철새 이동로로도 중요한 칭하이후의 소멸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는 향후 10년간 8억 7000만 위안을 투입하기로 결정. 또 칭짱(靑藏, 청해성과 티베트)고원의 빙하도 지난 30년간 131.4평방킬로미터가 녹아내린 것으로 보도.
바닷물 온도의 상승과 맞물려 중국 내륙의 공업폐수와 생활용수가 그대로 유입되면서 오염이 가중. 질소와 인 등 함께 바다로 흘러든 영양 염류로 인해 해조류가 급격히 번식하면서 적조가 발생하는 빈도수도 높아지고 있다. 70년대 이후 중국 연안 바다에서는 300회 이상의 적조가 발생했으며, 10년에 3배씩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적조 발생은 바다의 사막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며, 이는 곧 수산자원의 고갈로 직결.
심각한 물 부족 현상. 추바오싱(仇保興) 중국 건설부 부부장은 한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2030년에 가면 유엔환경계획(UNEP)이 정한 물 부족국가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 중국은 2008년 기준으로 1인당 수자원 보유량이 2220㎥에 불과. 전 세계 인구의 21%를 갖고 있지만 수자원은 7%만 갖고 있을 뿐. 유엔에서 ‘물 부족 위험국가’로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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