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버리 이 기자 일기

창사 12주년...마이크를 잡으며 얻은 것과 잃은 것은?

이영남기자 2009. 9. 3. 14:08

 2009년 9월 1일 울산방송이 창사 12주년을 맞았다.

ubc 울산방송은 12년 전인 1997년 9월 1일 첫 전파를 쏘아올렸다.

나는 이보다 몇달전인 97년 4월 공채 1기 취재기자로 입사했지만, 방송 기자는 방송이 없다면 존재 의미가 없기에

이날은 나 개인적으로도 데뷔한 날과 같다.

12년 전 내가 처음 마이크를 잡고 보도한 기사는 '울산방송 개국'이다.

당시 입사 동기인 이종호 촬영기자와 함께 이 아이템을 제작했다.

고속버스터미널과 일반 가정을 찾아 시민들 인터뷰, 시청자들의 반응 등을 스케치하는 것이다.

 

지난 12년동안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우선 인터뷰 대상자 섭외가 쉬워졌다.

울산방송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인터뷰 섭외가 한층 쉬워졌다.

제작 시간도 많이 단축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방송에 대한 열정은 줄어들었다.

내가 살아가는 지역에 대한 호기심도 다소 줄었다.

이 지역을 잘 안다고 생각하고 관광객같은 호기심, 탐구심은 다소 줄어든 것 같다.

 

그래도 늘어난 것이 있다.

바로 사랑이다.

울산에 대한 사랑...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이른바 탐사보도로 불리는, 비리와 사회 부조리를 파헤치고 개선하는 기사는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 최근에는 단순히 비리를 파헤치는 기사보다는

이 지역의 상황을 보여주고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직설적인 메시지를 따갑게 꼬집기 보다는 시청자들이 보고 느끼는 기사를 만들고 싶다. 

저소득층 문제를 보여준다면 단순한 통계 기사와 행정기관 관계자 멘트도 의미가 있지만

한 가족의 생활상이나 한 개인의 눈물을 표현하는 것 등이다.

그럴수록 취재하는데 고민은 커지고 보이지 않는 제작 시간은 실제 줄지 않았다.

또 다행스럽게도 인간에 대한 호기심도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늘어난 것 같다.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5분간만 필요한 인터뷰만 하고 헤어지기엔 그들의 인생 스토리가 너무 궁금해진다.

조금 어슬퍼도 따뜻한 기자가 될 수 없을까? 하지만 어슬픈 기사는 내보낼 수 없으니 그래도 차가운 기자가 돼야하나?

최근에 내가 고민하는 문제이다.(울산방송 이영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