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방송 프로그램 기획,제작자
<방송 프로그램 기획, 제작자..PD> (10/24)
일주일에 한번 밤을 샌다. 하지만 내가 이 일을 굳이 하는 이유는 ‘내가 하는 일,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김태훈 PD
김태훈 00년 울산 출생, 울산 학성고 졸업,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86학번) 졸업, 동대학원 졸업(1992년), 1997년 울산방송 PD로 입사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게르만인이나 켈트인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지는 로마인. 하지만 지중해를 제패하고 커다란 문명권을 만들 수 있었다. (시오노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 중에서) PD는 로마인같다. 아나운서처럼 말을 잘 하지도, 연기자처럼 연기를 잘하지도, 작가처럼 글을 잘 쓰지도, 카메라맨처럼 촬영을 잘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손, 총감독이 바로 PD다. 프로그램에 꼭 맞는 사람들을 캐스팅하고 수많은 스텝들의 능력을 100% 활용해 훌륭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
(입사 동기 김태훈 PD를 취재하는 자리에는 중학교 3학년짜리 조카를 동행했다. 굳이 조카를 동행한 것은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취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머감각이 풍부한 김태훈 PD는 재미있고 상세하게 자신의 일을 설명해주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과를 전공하고 같은과 대학원까지 졸업한 김태훈 PD는 군에서 진로를 결정했다. 입대 후 우연히 정훈장교가 되면서 PD를 만날 기회가 많았고, 그는 PD가 됐다.
내가 보기엔 우연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정치외교과 출신답게 생각이 깊고 말도 잘하지만, 친화력이 뛰어나고 유머감각도 있다. 군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정훈장교를 그에게 맡긴 것은 운이 좋게도 적재적소였다. 어쨌든 그는 정훈장교가 돼 군인들이 매주 출연하는 <우정의 무대>라는 TV 프로그램 섭외를 도와줄 기회가 많았다. 물론 PD와 연예인들을 만날 기회도 많았다.
먼저 사회에 첫발을 디딘 동기들도 그에게 PD를 하면 잘하겠다고 권했다. 그는 연예 프로그램, 특히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 방송사 문을 두드렸다. 중앙의 방송사에서 잠깐 일한 뒤 1997년 울산방송에 공채 1기로 입사했다.
돌이켜보면 그는 PD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줄 모르고 지원했다고 했다.
PD의 일은 크게 3등분된다. 3분의 1은 머리로, 3분은 1은 발로, 3분은 1은 골방(편집실)에 갇혀 재창조하는 작업이다. 즉 군인이던 그가 본 PD는 녹화 현장에서 흐름을 지휘하는, 다시말해 ‘발로 뛰는 작업을 하는 PD'였을 뿐 나머지 3분의 2의 작업은 이후에 알게 됐다.
하루 일과는?
PD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이다. 매체로 보면 텔레비전과 라디오로 나뉜다.
TV의 경우 프로그램은 쇼와 오락, 드라마, 시사교양 등이 있다.
또 방송 시간대에 따라 나누면 데일리(매일 방송)와 위클리(매주 방송), 먼슬리(매월 방송)처럼 정기물이 있고, KBS의 ‘차마고도’처럼 몇 달이나 몇 년이 걸려 만들어내는 대작이 있다.
많은 PD들은 통상 ‘위클리’ 프로그램을 맡아 특정 요일 방송분을 제작한다.
“나는 2년째 <인사이드 울산>이라는 매주 일요일 방송되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3명의 PD가 교대로 제작한다. PD 한명은 3주동안 2개의 아이템을 만드는 식으로 일한다. 운좋게도 금요일이 녹화일이다. 따라서 목요일에는 밤늦게 일하기도 하지만 금요일 녹화가 끝나면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편하게 쉴 수 있다.
방송이 잡힌 주에는 일주일동안 사전 준비, 촬영, 편집 등 후반 작업을 하는 과정에 따라 일한다.”
<사전 준비>
1.기획- 어떤 아이템을 잡을지를 결정한다. (글쓰기에 비유하면 주제를 잡는 것 비슷하다.)
2.구성- 기획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어떤 순서로 어떤 내용을 넣을지 구성한다.
(글쓰기라면 각 문단별 소주제와 문단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
3.섭외- 출연자 혹은 인터뷰 대상을 섭외한다.
<현장 촬영>
4. 촬영- 구성안에 맞춰 현장에 가서 촬영을 하고
5. 재구성- 촬영한 것에 맞춰 구성을 바꾸는 재구성을 한다.
<후반부 작업>
6 편집-촬영한 것을 편집한다.
7 종합편집- 음악과 성우 등의 나레이션을 넣고, 자막을 넣고 화면을 꾸미는 ‘효과’ 처리를 한다.
그는 이밖에도 1년에 평균 한차례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PD로서 감각도 있고 성실해서 상복도 많은 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을 물었다
“장애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우리는 바다로 간다>(?)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지금은 바뀌었지만 당시만해도 장애인하면 동정의 대상으로 보고 우리가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까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나는 그런 데서 탈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버디 형식으로 스킨스쿠버를 함께 하는 것이다. 스킨스쿠버 동호회 회원들이 몇달동안 장애인들에게 스킨스쿠버를 가르치고 함께 필리핀 바다 밑을 구경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장애인들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힘들어하고 분노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결과가 좋아 이 프로그램은 2002년 방송위원회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받았다.
또 태화강 관련 다큐멘터리도 애착이 간다. 지역 방송 PD로서 울산을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하다 태화강을 소재로 택했다. 식상할 수 있는 강을 다르게 보여주기 위해 박재동 화백을 화자로 내세워 <박재동의 태화강 이야기>(한국민영방송 대상 우수상)를 만들었다. 박재동 화백을 통해 편안하게 태화강을 보여주고 전달하려는 시도였다.
개인적으로 코미디, 예능을 좋아하지만 지역 방송 PD로 지역이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하려다보니 시사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인사이드 울산>도 처음에는 저녁 생방송 중 한 꼭지로 짧게 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30분짜리(?) 단독 프로그램으로 분리해 2년넘게 제작하고 있다.
자질과 적성은?
“PD는 남의 삶을 들여다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크게는 3대 덕목이 필요하다.
첫째는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어야한다. 하는 일에 비하면 월급이 적다고 생각한다. 일주일에 한번 밤을 샌다. 하지만 내가 이 일을 굳이하는 이유는 ‘내가 하는 일,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열정이 없으면 이 일은 하기 힘들다.
둘째는 사회 바라보는 균형된 시각 있어야한다. 그 어떤 프로그램도 사회적 정치적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균형된 시각이 중요하다. 시에 비유하면 순수시와 참여시 등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순수시라 하더라도 사회적 상황은 담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프로그램도 무진공 상태에서 순수할 수 없다는 말이다. 참여시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상황은 담길 수 밖에 없다.
셋째는 프로그램은 사람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 있어야한다.
사람을 위한 방송이 돼야한다. 모든 프로그램은 타킷 오디언스는 있지만 보는 대상은 사람이다. 심지어 동물 다큐멘터리도 결국은 사람을 위한 것이다. 즉 보는 사람이 부담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제작과정도 그렇다. 한 개 프로그램이 거치는 스텝들이 최소 20명이고 100명이상인 경우도 있다. 따뜻한 마음이 없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도 안되지만 만들기도 힘들다.
실제 프로그램을 제작하려면 창의력이 중요하다.
PD는 ‘어떻게 새롭게 보여줄 것인가’ 늘 고민한다. TV는 소리와 화면의 결합체다. 그래서 간판을 보더라도 차소리와 함께 사실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베토벤 교향곡을 떠 올릴 수도 있다. 새로운 방법으로 나의 생각 표현하는 것이 과제다. 그래서 표현력도 중요하다. PD지망생은 자기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 키워야한다.
카피부터 시작해야한다. 가령 ‘자판기 커피에 대하여’라고 하면 학자가 쓰는 논문이다. 하지만 ‘200원의 행복, 길거리에서 즐긴다’하고 하면 달라진다.
그는 ‘기자는 세상을 분석하고 싶어하고, PD는 세상을 표현하고 싶어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빈부격차가 소재라면 기자는 “저 가난한 사람이 왜 이렇게 어렵게 사나, 가난의 대물림 등 제도적인 문제는 없나”에 초점을 맞춘다. PD는 빈자의 눈물 한방울, 낡은 가족 사진 한 장 속에서 가족사에 대한 느낌을 담는다는 것이다.
세상을 많이 알아야하고 박학다식해야한다. 책도 많이 읽고 폭넓은 경험도 많이 해야한다.
어떻게 PD가 되나?
방송사 공채 시험을 통과해야한다.
지상파 경우 언론사 공채가 있다. 시험은 서류 전형을 거쳐 필기시험(국어 상식, 방송용어, 논술)과 면접이 있다. 영어도 TOEIC이나 TOEFL 등 공인 성적표를 요구하는데 각 언론사마다 요구하는 기준 점수가 있고 지원자들의 성적은 꽤 높은 편이다.
대학에서 어떤 학과를 전공해야한다는 학과 제한이나 유불리는 없다. 다만 지원자가 문과 출신이 많고 신문방송학과 출신들은 정보가 많은 편이다. 대학 저학년때는 언론사에서 아르바이트나 인턴 등을 하며 시스템 맛보는 것도 좋다. 고학년이 되면 대학 내 언론 준비 스터디에 들어가 함께 정보를 얻는 것도 도움이 된다. 스터디도 유용하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고 국어, 폭넓은 지식도 필요하다. 운도 좋아야하지만 운이 닿도록 계속 많이 응시해야한다.
방송아카데미도 있는데 지상파 방송사에는 필요없다.
지상파는 편집 실력보다는 기본적 자질과 폭넓은 지식을 보기 때문에 방송사 인턴 활용이 더욱 도움이 된다. 케이블 등에서는 당장 프로그램을 만들고 편집 기술을 가진 사람을 우대하기 필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연봉은?
방송사는 다양하다. 영역이 넓어졌다. 지상파(공중파, 중앙 3사와 네트워크로 연결된 지역방송)부터 케이블 방송, IP TV,위성 스카이,DMB로 다양하다.
대신 급여는 천차만별이다.
지상파는 대기업보다 약간 더 많다. 중앙 지상파 방송이 가장 많고 지역방송은 약간 아래다. 일부 케이블이나 프로덕션은 연봉이 백만원 안팎인 곳도 있다.
PD의 장점
내 작은 프로그램이 세상을 바꿔나간다면 보람이다.
가령 예전에 정지선 지키면 양심 냉장고를 준다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당장 바뀌지 않지만 조금씩 발전하는데 기여한다.
PD는 방송의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편성과 예산 집행권, 캐스팅 권한이 있다.
잘만 하면 장인으로 대우받는다. 최근에는 TV에 자신이 출연하는 스타 PD도 있다.
의지를 갖고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선배인 이동건 PD는 배낭여행 경험을 토대로 실크로드를 따라 여행한다는 <유라시아 대장정>을 기획해 실제 제작했다. 계속 생각하고 있으면 뭐든지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다. 살면서 내가 고민하는 것, 내가 궁금해하는 것을 실제로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PD의 단점
1년지나면 애인이 떠나고,2년 지나면 친구 떠나고,3년 지나면 가족이 등을 진다고 한다.
수습 기간에는 새로 배울 점이 많아 일이 더 어렵다.
초기에는 1분짜리 편집도 하루종일 걸린다.
체력적 부담도 된다. 퇴근 시간이 정해진 것이 아니다.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집에 가서도 프로그램 생각만 한다.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다른 사회생활을 하는데는 애로사항이 생길 수 있다.
PD라는 직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통과 이후 예정)
10년 뒤 직업 전망 장래성
방송의 영역은 늘어나고 있지만 컨텐츠는 늘 부족하다. 즉 PD의 수요는 많아질 것이다. 다만 양과 질도 천차만별이다. 다만 방송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노동환경도 열악해지는 추세다.
미디어형태가 발달하고 기자재가 발달하면서 직종간 경계도 허물어진다. (IP TV는 통신이냐 방송이냐, EBS의 ‘논’ 제작 카메라맨은 카메듀서를 자처한다. KBS의 <걸어서 세상 속으로>는 PD가 직접 6mm카메라를 들고 촬영한다.
마지막으로 여성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은데 PD는 전문직이어서 남녀차별이 적은 편이다. 실제로 방송사마다 여성 PD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밤샘 작업이나 출장이 잦고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체력은 필요한데 이는 남성도 마찬가지다. 특히 PD는 시각이 중요하고 방송의 다양화, 연성화가 커지면서 여성 PD의 역할도 커질 것 같다.
함께 동행한 중학교 3학년 조카가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할지 물었더니 그는 답했다.
1.열심히 공부할 것. 생각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 원하는 대학, 학과에 진학할 것.
2.잡다하게 많이 알려고 노력해 박학다식해질 것.
3.표현하는 훈련을 기를 것.
백문이 불여일견. PD에 정말 관심있는 학생이라면 PD가 무슨일을 하는지 방송사를 한번 찾아가보거나 이메일을 보내 방문 약속을 잡기 바란다. 오늘 편집기를 두드리며 밤을 지새울지라도 간절히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에게 1시간의 상담시간을 내줄 정도로 따뜻한 PD들은 많다. 이들도 이전엔 방송사 앞에서 방황하던 과거 시절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