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쓴 오보..오보를 고백한다
기사의 내용이 거짓이거나 과장된 것을 오보라고 하고 진실을 추구해야하는 기자는 절대로 오보를 써서는 안된다.
하지만 지난 13년 남짓 기자로 살면서 오보인 줄 알고도 기사를 내보낸 경우가 몇번 있다.
첫째 "연말 온정의 손길 줄어"는 해마다 겨울 초에 나오는 단골 기사이다.
신문과 방송 없이 "매년 줄었다"고 보도하고 "늘었다"는 기사는 한번도 나오지 않는데 이상하지 않은가.
매년 줄었다면 현재는 10년 전보다 크게 줄었을 것인데 지난 10년동안 모금액은 실제 늘었으니까.
"지난해보다 후원의 손길이 줄었다"는 기사를 나 역시 두번 정도 쓴 적이 있다.
솔직이 고백하건데 이 기사들은 대부분 오보이다.
나는 1998년 IMF외환위기 직후 양육원과 사회단체 등을 취재하면서 "경기 침체로 이웃돕기 성금 후원도 줄었다"고 기사를 썼다. 당시 울산양육원을 찾아갔더니 "실제 액수는 큰 차이가 없지만 경기가 어렵다니까 후원금이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기준을 어떻게 잡는지에 따라 기사는 달라진다. 즉 후원 내역을 12월 한주간 또는 12월 두주로 잡으면 후원금은 줄어들었다는 통계는 나오고 기술적인 오보는 아니다. 다만 겨울 후원금의 정확한 집계는 2월 말에 하기 때문에 이때쯤 되면 후원금 액수가 변화가 없거나 늘 것이라고 예상을 하지만 나는 기사를 줄었다고 기사를 썼다. 왜냐고? 기사가 나가야만 후원의 손길이 늘어나 후원금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가 신년초인 1,2월 집계당시 후원금 액수가 늘었을때는 "개인 기부 늘었다"는 식으로 의미를 담아 다시 보도한 적은 있지만, 겨울이 시작되는 12월 초에 기사를 쓸 때는 '사회 단체가 느끼는 체감 후원금', 즉 줄어들지 말았으면 하는 염원에 초점을 맞춰 "후원금이 줄어 온정의 손길이 더 필요하다."고 기사를 쓴다.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이...
둘째 오보는 연말 수능시험 치는 날 "수능한파 기승"이라는 기사이다. 이 역시 수능일마다 해마다 더 추워진다면
이상하고 지구온난화라는 큰 조류에도 역행하는 아닌가? 그런데 기자들은 올해 수능일에는 더욱 추워질 것이므로 수험생들은 대비하라, 수험생들은 더욱 춥게 느껴진다는 둥의 기사를 거의 매년 쓴다. 대부분 오보이거나 과장됐다.
비밀은 실제 날씨가 춥다기 보다는 '예년에 비해 월등히 더 따뜻하다'는 예보만 없다면 기자들은 "수능일, 추워"라고 호들갑스럽게 쓰는 경향이 많다. 기상대 역시 약간 추울 것으로 보이면 "추울 전망"이라고 예보하면 비난이 없지만 "추위가 비슷하다"고 말했다가 예상기온이 1도라도 틀린다면 받을 비난을 예상해 '예상 기온은 정확히 해도, 분석에서는 추위를 살짝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기자들도 이 조류에 편승하고 한발 더 나아가 수험생들의 떨리는 마음을 고려해 추위에 대해 약간 더 과장된 기사를 쓰는 경향이 있다. 태풍이 올라올때도 마찬가지다. 의사들이 건강검진을 할 때 작은 징후에도 환자에게 최악의 경우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과 비슷하다. 의사가 환자에게 "큰 질병의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가 뒤늦게 건겅한 것으로 판명나면 환자로서는 문제 삼지 않지만, 의사가 "아직은 심한 정도가 아니니 좀더 지켜보자"고 했다가 얼마 뒤 큰 질병 때론 관련 없는 질병까지 확인되면 환자로부터 심한 원성을 듣는다고 한다.
앞서 두가지 오보는 그나마 애교스런 오보이다. 마지막 오보는 부끄러운, 정말 해서는 안되는 오보이다.
다른 언론에 기사가 났거나 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자가 확인하기 힘든 경우 기사화하는 오보이다. 예를들어 학자 한명이 대단한 문화재를 발견했다거나 대단한 연구 실적을 냈다고 발표하는데 다른 언론사들이 모두 쓰거나 한개 언론이 특종이라고 보도한다면 기자들은 분위기에 밀려, 때론 데스크의 요청으로 ,때론 확인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기사를 쓴다.
물론 기자는 확인을 한다. 첫째 그 학자의 말을 들어본다. 문제는 그의 말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거나 검증할만한 방법이 없거나 시간이 촉박할 때이다. 기자들은 학자 한명의 말만 인용해 "--라고 주장했습니다."라고 기사를 쓴다.
하지만 뒤늦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는 근거가 부족합니다."라는 후속 기사는 쓰기가 쉽지 않는 것이 언론계의 잘못된 관행이다. 황우석 사태가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당시 기자들은 해외 논문지에서도 실린 줄기세포 연구의 1인자라는 이 학자의 주장을 짧은 시간 다른 곳에서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며 받아쓰기 기사를 생산했다. 또 다른 언론에서 모두 쓰면 오보의 위험 부담이 있어도, 때론 "국가와 지역을 위한 내용이기까" 하면서 잘못된 민족주의로 위안하며 오보를 쓰는 행렬에 동참하는 것이다.
오보를 막아야하지만 오보를 피할 수 없다면 최소한 정정 기사를 쓰는데는 인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론인, 언론사들은 이런 것을 진지하게 논의했으면 한다.(UBC 울산방송 이영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