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6백명 부상 건설현장.."규정 무시에 유착까지"

이영남기자 2015. 6. 5. 19:56

앵커멘트)
 울산의 공사 현장에서 한 해 600여명이 부상을 입고, 20명 정도가 추락해 목숨을 잃는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안전 불감증에다, 관계기관과의 유착 비리까지 더하기 때문입니다.

 탐사취재반, 이영남 기자가 그 실태를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달 울산 동구 구민체육센터 공사현장. 

 작업발판이 무너지면서 10미터 높이에서 발판을 해체하던 근로자 7명이 추락해 다쳤습니다.

 공사시간을 줄이기 위해 작업 발판을 한꺼번에 해체한 것이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인터뷰)김동윤/ 안전보건공단 울산지사 건설보건팀 차장

"작업계획 순서에 의해 작업을 진행해야하지만, 현장 여건이나 장비의 거치장소 때문에 무리하게 해체 순서를 잘못 진행한 것이 아닌가"

 

 건설현장에서 공사를 위해 임시로 설치하는 비계 등을 가설재라고 하는데, 추락을 막기위한 가설재가
안전 규정을 지키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1.  "규정 무시"-

 작업발판은 3센티미터를 넘지 않아야하지만 띠장과의 간격이 발 하나가 빠질 정도로 넓고, 
추락 방지를 위해 이단으로 설치돼야할 안전난간이 없거나,  평평해야할 발판은 높낮이가
들쭉날쭉하고 철근으로 느슨하게 묶여 있습니다.

 옆 건물과의 공간이 좁다며 작업발판이 없는 곳도 있습니다.

 안정성을 강화한 건설현장과 비교해봤습니다.

 이 곳의 작업발판은 두 명이 지나갈 정도로 넓고, 난간도 좌우와 상,하단 등 4단으로 설치돼 추락 위험을 줄였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시스템 비계'는 설치비가 일반 강관비계 보다 두배 이상 비싸 이용하는 곳은 30%에 불과합니다.

 작업이 없는데도 발판에 무거운 철근 등을 올려놓고, 철근을 3미터 이상 높이에서 떨어뜨리고, 안전모를 쓰지 않는 등 잘못된 관행도 눈에 띱니다. 

 울산에서만 지난 한해 건설현장에서 다친 사람이 무려 612명, 이 가운데 13명은 숨졌습니다.
 업무상 사고로 숨진 근로자의 44%는 건설업이고, 이 가운데 59%는 추락사여서, 근로자 4명 중 한명(25.8%)은 건설현장의 추락이 사망 원인입니다.

2. "졸속 공사"-

 빨리빨리 공사와 하도급 관행이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터뷰)강한수/ 건설노조 부장 

"공사금액에 맞춰서 공사기한을 빨리빨리 진행하려고 하다보니 안전시설을 제대로 하지 않고 위험하게 작업을 계속 시키고 사람도 적게 투입해.."

 

 안전공단이 올해 울산사업장 3천여곳을 점검한 결과 37%는 개인보호구 미착용, 14%는 안전난간, 12%는 작업발판, 10%는 낙하물 방지망 불량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김호주/안전보건공단 건설재해예방실 부장

"사업주의 경우 안전시설물 설치가 가장 적기에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투자도 좀 해야되고.."

 

 3. "유착 비리"-
  업체와 관계기관의 유착비리도 상황악화에 한 몫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4월 정부의 시스템 비계 국산화 사업을 대행하던 가설협회 임직원 4명이 울산 검찰청에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임직원 4명이 연구개발비 15억7천만원 중 4억4천7백만 원을 횡령하고,
시험연구소장 등 2명은 업체로부터 뇌물 2천3백만 원을 받은 혐의였으며,
 전 서울지방노동지청장 등 협회 임원 4명 모두 관계기관
출신이어서 애초부터 제대로된 관리감독은 기대하기 힘든 상태였습니다.
 UBC 뉴스 이영남입니다.(2015. 6.3.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