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되기

4.헬렌 토머스<케네디에서 클린턴까지>

이영남기자 2008. 11. 11. 23:24

케네디에서 클린턴까지 40년 가량 8명의 미국 대통령을 취재하며 백악관 출입기자로 활동했던 

전 PU통신의 헬렌 토머스 기자.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언론인들 중 한명이다.

 그가 <백악관의 맨 앞줄에서>(한국판 2000년)라는 자서전을 펴낼 당시에도 80세 현역 기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지난 97년 내가 ubc에 입사한 첫주 10년 뒤 내모습을 적어내도록 하는 과제가 있었다.

 당시 신입사원 교육 담당자에게 제출하고 되돌려받은 내용을 최근 일기장에서 발견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제목: 10년 뒤 나의 꿈 -취재 현장을 누비는 멋있는 평기자.(1997년 4월 '수습기자 이영남 보고서'에서)

 

 새내기 수습기자로 이 글을 썼던 당시만해도 10년차 기자는 아는 것도 많고 영화에서 보는 것 처럼 멋있을 것으로 생각하던 것 같다.

 하지만 헬렌 토머스 선배를 보면 단순히 기자의 경력은 아무것도 아니다.

 기자란 매순간 긴장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취재하지 않는다면 1년차든 10년차든 어쩌면 20년차든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 (한국 기자들은 서로 처음 만나면 연차를 따지고 6개월이라도 빠르면 선배가 후배에게 밥과 술을 사주는 전통이 있지만...) 

 

 80세가 될 때까지 현직 기자로 활동하고, 40년 남짓 한결같은 태도로 취재한 헬렌 토머스 선배에게 존경을 표한다.

 그는 단연 언론인의 개척자요, 언론인의 모범이다.

 다른 한편으론 베테랑 기자로 활동하는 그의 생각은 

 요즘도 1년차 기자처럼 5분의 여유가 없고 기사를 내보낸 뒤 취재원에게 매정하지 않았을까 내심 고민하는 나 자신에게 위안이 된다. 

 한국에 사는 30대 여성인 내가 어쩌면 울산에서 교편을 잡고 살아가는 다른 대학 동기들보다 

미국에 사는 이 80대 할머니를 더 가깝게 느끼는 것은 동질적인 직업 의식 때문이다. 

 그가 40년 남짓 취재하면서 느꼈을 외로움,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는 일에 대한 열정이 태평양을 건너, 반세기 뒤를 살고 있지만 그대로 그껴진다.  

 

 1) 지난 88년 택시 기사가 일을 마치고 돌아가던  나에게 말했다.

"당신, 대통령들이 싫어하는 그 여자 아니예요?"

나는 이 말을 듣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대통령은 나를 꺼리고 싫어하겠지만 그에 비례해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헬렌 토머스 <백악관의 맨 앞줄에서>

 

2)경외의 대상(대통령)을 취재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무리일 수 밖에 없다.

 기자 역시 국민들로부터 대통령에 버금가는 신뢰를 받고 있으므로 진실을 캐내고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킨다는 언론인의 사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백악관 출입기자로서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감정을 비롯한 사소한 것은 주저없이 버려야하는 입장에 서 있다. -헬렌 토머스<백악관의 맨 앞줄에서>

(ubc 울산방송 이영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