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기자가 될까>
12년전 대학교 3학년 시절 중동 전문기자로 알려진 이진숙기자를 만난 적이 있다.
이 기자는 당시 캐나다와 미국 기자와 함께 동행해 강연했다.
강연 말미에 질문 시간이 되자 나는 물었다.
기자가 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요?
이진숙 기자는 '상식'이,캐나다 기자는 '호기심'이,미국 기자는 '글쓰는 솜씨'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선배의 강연회는 마술처럼 나를 같은 길로 이끌었고 이제 그 때의 선배와 경력이 비슷해진 나는 말한다.
기자가 되고 싶다는 동기는 끄적끄적 글쓰기를 해본 경험에서 나오고,
언론사에 기자로 입사하기위해서는 많은 것을 아는 상식이 중요하고,
평생 이 일을 유지하기위해서는 바닥나지 않는 호기심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이다.
덧붙이자면 비판정신과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홀로서기도 중요하다.
40여년간 백악관을 출입한 뒤 "백악관의 맨 앞줄"이라는 책은 펴낸 헬렌 토마스의 말을 빌리면
"사랑받고 싶은 사람은 기자가 될 수 없다".
반면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는 기자로 버틸 수 없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무엇을 준비하지?>
학과는 중요하지 않다.문과가 유리하지만 이과도 상관없다.
다만 신문방송학과,영어과 출신이 지원을 많이 하고 많이 입사하는 편이다.
언론사마다 다르지만 이론시험으로는 영어와 일반 상식,논술이 있고, 일부 방송사의 경우 방송용어도 본다.
다른 직종처럼 면접이 더 중요하다.
우선 큰 이슈가 된 사안은 잘 파악하고 있어야하고,
이에 관한 자신의 생각도 잘 정립해둬야한다.
신문 방송 보기와 독서는 기본이고,평소 일기쓰기나 토론하기를 많이 하면 도움이 된다.
정보 교환을 위해 그룹 스터디도 유용하다.
취재기자 중에서도 방송기자가 되려면 추가할 점이 있다.
비디오 오디오라고 하는 인상과 말씨가 중요하다.
인상은 비호감이지 않을 정도인데 사회적 추세에따라 중요성이 커지는 것 같다.
말씨는 발음이 정확해야하고 가급적 표준말을 구사해야하는데 표준 억양보다
표준 발음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생각을 요약하는 순발력도 중요하다.
나의 경우도 3번에 걸친 오디션과 면접은 항상 카메라 앞에서 했고
면접관들은 화면을 보며 나를 평가했다.
표정과 말씨,순발력을 동시에 보기 위한 것이었다.
<기자 지망자들이 오해하는 세가지>
첫째 비판정신을 오만함이나 비뚤어진 시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영화 속의 비친 기자들의 영향일 지 모르겠다.
하지만 괜찮은 언론사에 입사하는 기자들은 똑똑하지만 표정은 온화하고 표현은 신중한 사람들이다.
너무 똑똑한 채 하거나 인상이 나쁜 사람들이 채용되는 것은 보지 못했다.
기자가 펜과 마이크로 휘두들 수 있는 권력은 엄청난데 오만한 사람은 위험하다.
또 기자는 소외 계층과 일자 무식꾼 등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경계받지 않고
대답을 끌어내야하는데 인상이 거부감을 줘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똑똑한 지원자들은 잘난 척하는 것보다 겸손함을 배울 필요가 있고
인상이 나쁜 사람들은 매서운 눈초리를 숨길 필요가 있다.
둘째 언론사 분위기는 생각보다 보수적이다 (진보를 표방하는 언론사조차)
간부들도 보수적인 분들이 많다. 따라서 너무 진보적인 색채는 감추는 편이 현명하다.
언론사에 노조가 필요한지 묻는 면접관의 질문에대해서도 '필요없다'는 것이 정답으로 통할 정도다.
물론 노조는 필요하고 노조가 없는 언론사는 거의 없다.
세째 경험많은 면접관들 특히 언론사 면접관들은 사람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다.
몇분만 말해봐도 지원자의 성격이나 살아온 환경이 훤히 보인다.
내가 한번씩 후배들의 이력서와 면접한 화면을 봐도 지원자들의 이면이 잘 보였고
내가 마음 속으로 점 찍은 사람이 채용되곤 했다.
기자가 되겠다면 진실되게 치열하게 생활하고 수년간 착실히 준비하라.
그런 사람은 뽑히게 돼 있고,결국 훌륭한 기자로 기억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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