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부터 올해인 2008년 10월까지 정치 기자로 일해왔다. (11월부터 경제 기자로 옮겼다.)
입사 이후 거의 10년동안 사건과 행정, 교육,문화 분야 등을 거쳤지만 정치는 처음이었다.
그림으로 치면 사건이 구상화라면 정치는 추상화를 그리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2년 가까이 정치 관련 취재를 하면서 정치인들 중에서는 멀리서 볼 때보다 실망스러운 사람들도 적지 않았지만
정치 자체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즉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정하는 것도 사실상 존경보다는 비난받는 일이 더많은 국회의원들이고,
울산에 국립대학 하나를 설립하는 것도 국회의원들이 법을 정해야 가능하고,
또 아이들이 밤 몇시까지 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는지도 시의원들이 만든 조례에 따라 결정된다.
정치부 기자는 어떠해야할까?
기자라면 편견없이 공평하게 취재하는 것은 기본적인 덕목 중 하나다.
그런데 정치부 기자는 약간 다른 의미에서 편견없이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사건부 기자는 포커 페이스처럼 양쪽을 취재할때 누구 편인지 모르게 취재를 하는 것이 좋겠지만,
정치부 기자가 여당과 야당을 오가면서 양쪽 다 자신의 편인 것처럼 친근함을 가장하는 다른 능청스러움이 필요한데
가끔은 회색분자나 박쥐와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가령 낮에는 A정당과 식사를 하고 밤에는 B정당과 식사를 하면서 친화력을 발휘해하고
최종적으로는 그림 맞추기를 잘해서 그림의 의미를 추상화로 담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거부감이 적고 친근하게 많은 정치인들을 대하려고 노력했지만 가장 중요한 법칙은 일반 기사 쓸 때와 동일하다.
취재 대상인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가, 이들의 활동이 유권자들을 위한 것인가,
즉 판단 기준은 시민의 눈높이가 돼야하고 시민의 편에서, 시민을 위해 취재를 해야한다는 점이다.
결국 기자인 내가 사랑받고 신뢰받고자 하는 대상은 취재원인 정치인이 아니라,
내가 알지 못하는 불특정 일반 시민 혹은 시청자이므로. (2008년 11월 30일 이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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