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가 말하는 인터뷰 비법
1. 생생하게.. 인터뷰는 신선해야한다.인터뷰하는 사람이 처음 답변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한다. 사전 질문지를 주든 돌발 인터뷰든 마찬가지다. 카메라 앞에서 풍부한 답변을 끌어내라.
2007년초 모 국회의원이 지역구를 돌아보는 일정을 동행 촬영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카메라 기자에게 내가 질문하면 촬영할 것을 부탁한 뒤 돌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요청에 의원이 응하겠다고 했기에 몰래 카메라도 아니었다. (또한 정치인은 공인이기에 중요한 현안이 있다면 돌발 인터뷰 요청은 관행이다.)
기자:"의원님,손학규 전 지사(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군)가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고 있습니다. 반대로 한나라당에서 의원님에게 영입을 제의해온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의원:"주민들의 뜻을 물어야겠지요."
그는 처음 한나라당에 입당할 뜻이 있다는 속내를 밝힌 셈이었다. 그것도 카메라 앞에서.
그날 ubc는 '00의원, 한나라당 입당 뜻 내비쳐' 로 보도했고, 신문들은 나의 인터뷰를 베껴 정치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 의원은 그해 연말 대통령 선거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달변이신 분인데, 아쉽게도 그후 인터뷰 울렁증이 생겼다고 한다. 특히 나와의 인터뷰는 사전에 약속된 질문 외에 추가 질문은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확답받은 뒤 인터뷰에 응할 정도로 민감하다. 왜냐하면 그는 당시 제3자에게 처음 한나라당에 입당할 의사를 처음 표명했던 것이다. 그 후 일년 내내 어디를 가나 지역구 주민들은 그가 이미 한나라당에 옮겨간 줄 착각했다고 했다.
2. 중립적으로... 나의 경우 상대가 민감해하는 내용일 수록 기자는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내용은 거북하더라도 기자의 표현이나 표정을 중립적으로 하려고 노력한다. 최근 울산시 고위 공무원이 세종시 파장 해명 기자회견때 내가 한 질문이다.
" 울산은 경제적 입지 여건 등이 유리하기 때문에 세종시 파장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셨죠. 하지만 '일부에서는' 세종시 수정안이 경제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에 따라 결정된 만큼 향후 울산 기업 유치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이 기자회견 말고 또다른 상황에서는 개인 신상에 대해 물어야하기도 했다.
"일부 다른 사람들은 당신의 행동이 부적절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즉 '기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다른 사람들'의 생각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중요한 포인트가 빠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래야 인터뷰하는 사람도 감정을 덜 상한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다시 중립적으로..양쪽의 의견이 100% 엇갈리는 경우, 서로 다른 정당처럼 서로가 적일 경우는 더욱 신중해야한다. 양쪽의 의견을 제대로 들어보고 반대되는 부분에 대해 물어본다.
4. 공공하고 진실해야... 인터뷰를 할때는 충실하게 취재하고 선의의 의도임을 보여줘야한다.
기자들은 진실을 파헤친다는 명분에 예의없이 인터뷰를 시도할 때가 많다. 가족을 잃고 실의에 빠진 사람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대고, 급한 공무 수행이 바쁜 공직자 혹은 권한이 나뉘어져 담당이 불분명한데도 특정 공직자에게 그순간 명쾌한 해명을 요청한다.
사실 확인을 위한 취재를 하려면 인터뷰는 핵심이지만 악의적이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범죄 현장에서 피의자를 인터뷰해도 그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점이 있을 수 있고( 같은 유형의 수많은 범법자들 중 한명에 불과하고, 누명을 쓴 억울한 피해자이다 등 이유는 갖가지다),
특정 현안에 대한 담당 공무원이긴 하지만 그가 한계를 넘어선 오류(구조적 문제 등)를 범했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인터뷰는 사실 확인을 위해서 상대도 필요할 수 있고, 무엇보다 공공의 선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을 대상자들에게 납득시키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때론 본인의 거부에도 인터뷰는 강행하고 욕을 먹지만, 최소한
부작용이 적다.(ubc 울산방송 이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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