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버리 이 기자 일기

"이제는 스트레스를 받을때"..양재호와 이세돌

이영남기자 2010. 11. 5. 14:30

갑자기 바둑을 두고 싶어졌다.

바둑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이세돌 프로기사와 양재호 국가대표 감독들의 걸작 인터뷰를 보고 관련 기사를 쓴 뒤의 일이다.

먼저 사상 처음 바둑 국가대표 선수팀에 합류한 이세돌 프로 기사에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임하는 소감을 물었더니 걸작이다. 

"(이번 바둑은 단체전이니까)저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닌데, 분위기가 워낙 좋아서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습니다. 금메달을 따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그전에 열심히 준비하고 대국에 임하는 각오를 봐 주셨으면 좋겠고, 금메달을 못 따더라도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박수를 보내주시고, 금메달을 따면 성원을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는 이창호 기사와 함께 한국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됐고 한국팀은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바둑 9단으로 바둑 국가대표 감독을 맡은 양재호 감독의 답변은 더욱 공감이 간다.

바둑이 사상 처음 아시안게임에서 공식 종목이 되면서 그도 처음 바둑 국가대표 감독이 됐는데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와 준비하면서 어려움이 없는지를 물었다.

"감독을 수락한 것은 제가 바둑에서 너무 많은 혜택을 받았고 과분한 대접을 받았기 때문에 돌려줘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맞겠죠. 그동안은 너무 즐겁게 편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바둑으로 많은 것을 누렸고, 이제는 제가 바둑에서 받은 것보다 제가 바둑을 위해 내놓을 때가 아닌가 해서 감독직을 수락하고 후배들과 함께 했습니다."

 

14년차 기자인 나는 무엇보다 '이제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라는 말이 와닿았다.

나는 10대,20대,30대를 거치면서 항상 걱정거리가 많았고, 불합리하게 여겨지는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했다.

하지만 나이에 걸맞게 걱정거리가 있어야하고 책임이 있어야한다면 나 역시 이제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다.

나 역시 세상에서 받은 수많은 혜택을 조금은 세상에 돌려줘야하는 부메랑 시점을 맞았는지

모른다.(UBC 이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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