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버리 이 기자 일기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소서

이영남기자 2013. 7. 24. 03:14

직업 중 가장 부러운 분야 중 하나가 외교관이다.

외교관은

처음에는 하찮아보이는 말단의 총무 일로 시작하지만

10년차가 지나면 국제 협상에 실무자로 참여하고

어느순간 국가를 대표해 협상장에 앉기도 한다.

외무고시는 합격과 동시에 국비 유학이 관행일 정도로

한해 두해 시간이 지날수록 직업적 경륜이 함께 올라간다.

 

내가 부러운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외교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직업 중 하나이다.

(반면 교사는 1년차도 바로 담임교사가 돼

1년차든 20년차든 학생들을 지도하는 큰 틀에서 차이가 적은 직업이어서 상승곡선이 완만하다.)

 

기자는 어떤가?

어쩌면 1년차가 제일 상승기에 있다.

내 경험을 보면 신입기자는 자신이 언론사를 대표하는 사장에 버금가는 중요한 인물로 여기고,  

한 도시의 시장과 경찰청장과 동격이라고 생각하며 취재에 임한다.

(물론 인간의 존엄함은 항상 동격이지만 문제는 특정분야의 지식과 경륜도 동격인줄 착각한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회사 신입기자 시험을 보면서 지원을 한 기자 지망생들을 보면서 새삼 마음을 다잡았다.

 

기자인 나는 현재 하루하루 대충 취재하고

취재원들의 마지막 호소를 적당히 한귀로 흘리고

공정함과 진실을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직무를 유기한 것은 아닌가.

이제막 대학을 졸업해 절박하게 언론고사 관문을 두드리는 기자 지망생들에게 돌아가야야할 기회를

내가 기득권을 가졌다는 이유로 가로채고 결국 사회에 민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시간이 지날수록 기자는 하강곡선이 될 수 있는 분야이다.

단 노력하지 않으면..

아니 노력해도 어쩔 수 없다는 핑계거리는 수도 없이 늘려있다.

즉 20년차가 1년차 보다 더 하기 힘든 직종 중 하나가 기자라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눈을 부릅뜨고 알 권리 라는 소명을 위해 노력중인 후배들과 잠재적 후배들을 보며 반성한다.

언론의 생명은 공정성과 다양성이다.

하루하루 부족함이 있다면 외부에서 핑계를 찾기 이전에

내가 개인적으로 좀더 노력할 부분이 아직은 많은 것 같다.

 

    -바보기자 이영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