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아동학대 도시' 오명.. 왜?

이영남기자 2015. 3. 5. 00:33

앵커멘트)
 서현이 사건에 이어 입양아 사망사건 등 유달리 울산에서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인지 탐사취재반 이영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소풍을 가고 싶다는 서현이를 폭행해 숨지게 한 계모.

 1년 뒤엔 입양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또다른 양모에,  

버릇을 가르친다는 이유로 의붓아들에게 아이스크림 10개를 먹인 사건까지.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 사망사건 20건 가운데 3건이 울산에서 발생했습니다.

 인구비중 2% 남짓한 도시에서 15% 가까운 사고 발생률을 보인 겁니다.

 

 의심 신고 건수도 크게 늘고 학대 유형도 다양해지는 추셉니다.
 최근엔 60대 할아버지는 재혼한  며느리로부터 손자를 보호해달라신고해와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아동학대 신고자(아동의 작은할아버지)"학교 갔다 온 아이를 패고 구박을 하는데 너무 심하다, 이건 엄마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CG1)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668건.

2년 만에 두배나 증가했습니다.
 
 이 중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사례만 548건, 전체의 82%나 차지했습니다.(OUT)

(CG2) 유형별로는 정서적-신체적 학대가 여전히 가장 많지만, 경제적 이유 등으로 방임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CG3)  의심사례 건수에서 울산은 전국 5위, 도시 규모가 큰 대전이나 광주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CG4) 특히 안심할 수 없는 건, 당장 격리할 수준의 학대는 아니지만 관리가 필요한 잠재적 위험사례가 22.1%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점입니다.
(out)

{원인1 "산업도시..핵가족화 영향"}

 산업도시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가족 구성원간 결속력이 떨어진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인터뷰)김영주 / 울산대 아동가정복지학과 교수

"산업도시이다 보니 취업이나 회사 일로 원 가족과 떨어져 친할머니와 외가쪽의 지원 없이.."

 울산의 이혼율은 2.3%로 전국 평균 수준이지만, 잦은 교대근무로 인한 대화부족이 악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인터뷰)황병주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자기의 스트레스가 많아 아이를 방치하거나 본인의 화를 아이에게 낸다든지 이런 부분이 언어폭력이나 정서적 방임이 될 수도 있죠."

{원인2 "아동학대 인식 부족"}

 인식 부족도 원인입니다.

(CG5)학대 가해자는 계부와 계모에 의한 학대는 실제 5%에 그쳤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친부와 친모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인터뷰)김민정/ 울산지방검찰청 검사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동학대 행위자들은 자신의 행위가 학대 인지 여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원인3 "사회 안전망 부족"}

 울산은 신고건수가 전국에서 세번째로 많지만,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한 곳에 불과합니다.

 상담인력 10명이 24시간 신고접수에 현장 조사까지 병행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인터뷰)윤채원/울산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그 가정이 정상적으로 회복하기 위해 사회복지 서비스나 심리치료, 행위자에 대한 교육프로그램 들을 많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신고건수 증가로"

 학대받은 자녀를 부모로부터 격리해 보호관찰하는 일도 거의 힘든 실정입니다.

 피해 아동 임시보호시설 역시 한 곳 밖에 없습니다.

 <<스탠덥: 이 보호시설은 정원이 7명에 불과한데다 여성 아동만 수용해 남아는 양육원 등으로 보내지는 실정입니다.>>

 인터뷰)정인숙/ 울산신나는아동쉼터 시설장 "아이들이 폭력 상황, 긴급상황에 있을 때 응급조치로 저희쪽으로 격리보호가 됩니다. 남자아동은 우리쪽으로 올수가 없어.."

 그러니 잠재 위험군을 찾아 예방하는 맞춤형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탭니다.

 인근 부산은 피해아동의 적응을 돕기 위해 가정위탁제를 시행하고,  경남은 단칸방에 사는 부녀 가정의 딸에게 방을
마련해줘 성 학대를 예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영란/ 울산발전연구원 박사 "

잠재 위험사례에 대한 사후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역사회 자원 연계를 통한 종합 지원 체계가.."

 산업수도에서 친환경도시로 외연확대에 매달려온 울산, 이제는 자녀들이 안심하고 자랄 수 있는 가족성 회복에 힘을 쏟아야할 때라는 지적입니다. 
 ubc 뉴스 이영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