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알았다.
고희를 넘긴 어머니께서 된장국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어머니께서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은 뒤여서 모처럼 저녁상을 내가 차렸다.
(미안하게도 주중에는 대개 어머니께서 준비해주신다.)
내가 좋아하는 된장국을 끓였다. 된장을 풀어 넣은 물에 멸치,마늘,양파,감자,콩나물,버섯을 넣고 끓인다.
이것저것 다 넣고 끓이니 나름 괜찮은 맛이 난다고 위안하면서 상을 차렸는데 몸이 불편해져서 평소보다 심기가 불편해지신 어머니께서 말씀하신다.
"하필이면 왜 된장국이냐, 내가 된장국 싫어하는줄 몰랐냐?"
몰랐다. 정말 몰랐다.
어머니는 항상 된장국을 맛있게 잘 끓이시고 좋아하는 우리들에게 자주 만들어주신다.
심지어 아파트에서 사는 요즘도 거의 매년 메주를 만들어 식탁 밑에서 말리신다.
그러고보면 어머니께서 된장국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본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머니는 좋아하시는 음식도 항상 배 부르다고 다른 것만 드시다가 자식들이 남겨야 아깝다며 먹는 분이셨기 때문에 나는 당신이 된장국을 먹지 않는 것도 특별히 다르게 느끼지 못했다.
40년 가까이 어머니의 딸로 살아가고 내가 결혼한 뒤에도 양육 때문에 최근 5년동안 어머니와 함께 살았는데도 그런 식성을 전혀 몰랐다.
한시간 뒤 어머니의 얼굴이 밝아지셨다.
형부가 조개를 한 양동이째 사와 끓여주였다
"조개도 싱싱하고 해물국도 정말 맛있다.영남이도 해물은 좋아하는데 잘 사왔다."
...
너무나 대조적인 상황.
어쩌면 내가 어머니에 대해 모르는 것은 된장국 만이 아니다.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은 최근 자주 느낀다.올해 어머니의 생신을 앞두고 소설 '엄마를 부탁해' 처럼 어머니의 미니 평전을 함께 쓰자고 가족들에게 제안했다.
6명의 자녀들은 필수적으로 참여하고, 그들의 배우자와 자녀들까지 참여하는 대사업은 이미 시작됐다.
어머니에 대한 글쓰기라...
이것은 사실 이제껏 내가 쓴 그 어떤 기사보다도 훨씬 쓰기가 망설여진다.하지만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기록물이 될 것이다. -이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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